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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詩史

칠십 평생 하루도 편한 날 없었던 엄마 <한국여성詩史>

아무리 위대한 여성도 어머니만 하랴? 이 나라 언론계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이지만, 어머니를 부르는...

홍찬선 | 기사입력 2020/12/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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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史<40 마지막회>

칠십 평생 하루도 편한 날 없었던 엄마

 당신은 바다이고 울타리이고 스승입니다

 

▲    <한국여성詩史> 의 필자 홍찬선은 지금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홍작가의 대학졸업식날 엄마와 함께....© 운영자

 

어머니 당신은 틈입니다

작지만 모든 것 담고 보듬는 틈

더러운 것 감추고 나쁜 것 거르는 틈

 

없음을 있음으로

거짓을 참됨으로

바꾸는 거푸집 되어 

바다보다 깊은 

살림 만들어 낸 살음의 틈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바다입니다

세상살이 고달프다 술 마시고 털어내는

아부지의 깊어가는 주정과

바짓가랑이 잡는 육남매의 훌쩍이는 눈동자와

스스로 새기기 어려운 한(恨)까지

모두 품 넓게 받아들이는 바다입니다

 

▲   언제나 기대고 싶고, 마주 바라만 봐도 좋은 엄마...고향집 마루에서 ... 고향집에서..오른 쪽은 형님.   1979년 가을  © 운영자

 

눈 아프게 푸르른 날

이건 뭐고 저건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지 못하고 대답만 해야 할 때

뼈저리게 울리고 되돌아보게 하는 말

어머니, 당신은 바다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울타리입니다

당신은 가짐 없이 모든 것 버리고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죄다 줍니다

눈보라 속에서 옷 모두 벗어 아들 싸매

자기는 죽어도 목숨으로 지켜줍니다 

 

어머니, 당신은 스승입니다

저금하라고 준 600원에서 10원 빼 

폼 잡고 싶었던 눈깔사탕 열 개 

사 먹은 여덟 살 국민학교 1학년 막내

장딴지를 시퍼렇게 만들었읍니다 

 

어머니, 당신은 희생입니다

파란 병에 하얀 위장약 마다하고

밀두리 해안에서 주운 굴 껍데기*

이고 지고 큰 사위가 만들어 준

쇠절구에 빻아 달게 먹었읍니다

 

▲  엄마의 6남매...2019년 정동진에서...    © 운영자

 

어머니, 당신은 눈물입니다

수저 두벌 논 두마지기 살림밑천 받아 

하루하루 힘겨운 보릿고개 넘었읍니다

농사지으며 육남매 키운 고생 끈 놓자마자

서울대 앞 건영아파트에서 하늘소풍 떠났읍니다

 

어머니,

뭉게구름 틈으로 당신을 봅니다

바위덩어리보다 세고 샛바람보다 부드럽게

하늬바람 햇살 틈으로 보릿고개 넘기고 

기막혀도 무너지지 않는 당신을 느낍니다

 

어머니, 

당신은 차갑고 메마르고 무서운 속에서도

언제나 포근하고 새근대며 달콤한 잠 들 수 있는

넉넉하게 채울 수 없는 틈이고

한없이 넓은 바다이고 울타리이며

올바로 살도록 이끄는 스승입니다

 

▲   독자들의 절찬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여성 위주의 이 나라 역사를, <한국여성詩史> 라는 새로운 컨셥으로  연재를 끝낸 홍찬선 작가.   © 운영자

 

* 밀두리(密頭里):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있는 아산만을 끼고 있는 동네.

** 필자의 선비(先妣) 한만귀(韓萬貴, 1924~1992)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6.25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며 3녀3남을 낳아 키웠습니다. 당시의 엄마들은 여성으로서 삶을 누리지 못한 채 오로지 가족과 자녀를 위해 헌신과 희생으로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우리들 엄마에게 감사드리며 <한국여성詩史>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한국여성詩史>를 사랑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흰 소해에는 <역사를 만든 여성들>이란 주제로 독자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경자년(庚子年) 흰쥐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흰 소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이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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