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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꿈 이루어진다<한국여성詩來 6>

천의 얼굴을 가진 윤여정의 꿈은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으로 완성되었을까? 끝나지 않았을 그의 야심만만!!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3/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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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6>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꿈 이루어진다

목숨 걸고 한 연기,,, 102년 영화역사 첫 경사

 

▲   항상 같은 연기라도, 남다르게, 윤여정만의 유니크한 연기를 끌어내야 한다는, 거의 강박관념 같은 연기론을 고수해 온 윤여정..최근 모습이다 [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역사는 벽돌로 집짓기다

튼튼한 기초를 다진 뒤 

정성스럽게 마련한 벽돌을 

하나하나 열성을 다해 쌓아 

멋지고 튼튼한 집이 만들어진다

 

아무리 급해도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우물에서 숭늉을 마실 수 없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바느질할 수 없듯

벽돌 하나 빠뜨리면 집을 짓지 못하고

벽돌 하나 잘못되면 애써 쌓은 집이 무너진다

 

55년 동안 힘들여 쌓은 

공든 탑이 화려한 낙성식을 앞두고 있다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 연기가 아카데미에서 통했다

 

전형적인 엄마나 판에 박힌 할머니,

그런 거 말고 조금 다르게 하겠다는 의지가 

대한민국 102년 영화역사에서 처음으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이민 왔지만

좀처럼 꿈을 이루지 못하고 어려운 삶을 사는

딸과 사위를 위해 어린 손녀 손자 돌보러

미국에 온 순자의 여행보따리는 한국향기가 가득했다

 

▲  윤여정과 함께 한 영화 '미나리'의 팀웍  © 운영자

 

한약 고춧가루 마른멸치 화투장, 미나리 씨앗… 

엄마의 투박한 사투리와 함께 날아온 고향 내가

낯선 땅에서 살다 지쳐 수없이 부부싸움 하는 

딸 모니카의 눈물샘을 깊게 찔렀다 

 

미나리는 생명이었다

무 당근 토마토 옥수수를 잡아먹는

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억세게 사는

미나리처럼 구수한 삶의 말로 하루하루 

살얼음판 걷는 딸 가족에게 살아갈 힘 주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그 말 한마디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데이빗에게 꿈과 힘과 노래를 주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그 말 한마디가 피와 땀과 한을 쏟은 

채소들이 불길 속에서 한줌 재가 된 뒤 

제이콥에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주었다

 

배우는 목숨 걸고 해야 한다는 신념

훌륭한 남편 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 주지 하는 마음으로는

안된다,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이 불편하고

한 신 한 신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은 것이라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연기가 밋밋해질 수 있는

『미나리』에 파릇파릇한 생명 불어넣었다   

 

▲     어리고 앳띄고 다부지고 강인했던 시절의 윤여정...그러나 그 나이에도 눈가에 어리는 페이소스 같은 분위기가.....© 운영자

 

뭇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영예는 

그저 저절로 온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윤여정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였다

 

1966년 TBC 3기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배우가 되기 위해 한양대 국문과를 스스로 그만뒀다

남의 눈에 띄는 일을 하면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것이고

서울대 나온 이순재 이낙훈이 탤런트 생활을 할 정도로

새로 떠오르는 직업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3년 뒤 MBC로 옮기고 2년 뒤에 드라마 <장희빈>에서

주연을 맡아 대박을 터뜨렸다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저기 장희빈 나쁜 년 간다고 욕 해댈 정도였다

1971년 첫 영화 『화녀』에서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로 출연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한꺼번에 받았다 천재 여배우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잘 나가던 윤여정은 곧 은막을 떠났다

조영남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산

12년 동안 쌀독에 쌀이 떨어질 때가 많았을 정도로

어렵게 살다 돌아온 뒤 연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에미』에서 인신매매단에 끌려갔던 딸이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자  

범인들을 하나씩 처단하는 살기 시퍼런 엄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치매 걸린 할머니, 

『죽여주는 여자』의 공원에서 성매매하는 할머니,

 

▲   영화 '미나리'에서 , 무르익은 연기로 ,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와인 없이는 밥 한 숟갈도 먹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과 싸우며 연기에 몰두했고

윤여정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연기

어떤 인문학 강의보다도 깊고 통찰력 있는 영화

작은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영원히 기억될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몬트리올 영화제 등에서 상을 휩쓸었다

 

관록은 말로만 전하는 전설이 아니다

꿈은 잠잘 때만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구름이 아니다

꿈은 관록이 성실한 노력과 어우러질 때 현실이 된다

 

미국 안팎에서 이미 33개의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오스카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다른 세계 이야기여서

멍해 울지 않았지만 혼술로 자축해야 하지만*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도 4월25일에 

일흔넷의 윤여정이 또 하나의 커다란 역사를 쓴다**

 

예순 넘어선 좋아하는 사람이랑 일하겠다는 

사치를 부리며 살겠다는 꿈도 현실이 됐고

사람이 여유가 없을 땐 원망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처럼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는 종심소욕은 보너스였다*** 

  

▲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만큼 나이도 먹었다고 스스로 나이 자랑(?)을 하는 윤여정...그의 인생을 꽃으로 장식해주고 싶은 팬들은...    © 운영자

 

* 윤여정은 애플TV+에서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 『파친코』(원작 이민진)에 ‘양진(선자 어머니)’ 역으로 캐스팅돼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을 마치고 15일 귀국해 현재 자가 격리 중이다. 팬들이 축하하러 갈수 없는데, 매니저도 술을 못해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해야겠다고 밝혔다.

** 영화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외에 작품상 감독상(정이삭)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분 후보에 올라, 지난해 『기생충』의 작품상 감독상(봉준호)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이어 큰 기대를 낳고 있다.  

*** 윤여정이 아카데미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내놓은 소감문 끝부분.   

**** 윤여정(尹汝貞, 1947. 6. 19~): 경기도 개성 출생. 1966년 연극배우로 연기 시작한 뒤 그해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71년 영화 『화녀』(감독 김기영)로 시체스 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1975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 미국으로 이민가면서 은퇴했다가 1984년 귀국해 연기생활에 복귀했다. 2010년 영화 『하녀』로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아시안필름어워드 등에서 여우조연상 휩쓸었다. 

데뷔 55주년을 맞는 2021년 정이삭(1978. 10. 19~) 감독의 『미나리』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할머니, 순자 연기로 미국 연기상 33관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3월16일 현재). 한국에선 3월3일 개봉돼 코로나 속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1주일에 2회 <한국여성詩來> 집필을 위해, 발로 뛰며 사실 취재로 여원뉴스 독자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홍찬선작가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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