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바둑판 남녀의 벽을 낮추는 여제, 소녀 장사 최정<한국여성詩來 >

바둑의 흑과 백은, 인간의 남자와 여자와는 전혀 다르다. 인간은 남나와 여자를, 많이 차별도 하지만....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3/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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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7>

바둑판 남녀의 벽을 낮추는 여제, 소녀 장사 최정

 5년째 여자세계 1위

 

▲   믈런 지는 바둑보다 이기는 바둑을 두지만,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은 거의 철학에 가까워서.....  © 운영자

 

천진무구한 미소가 나이를 감추는 소녀는

바둑판 앞에선 태산처럼 묵직한 장수가 된다

윤슬이 반짝이는 호수의 고른 물결보다 더 잔잔하게 

상대가 누구이든 흔들리지 않고 내 바둑을 둔다

 

멋진 두 얼굴이다

스물다섯이라고는 여겨지지 않고 

바둑을 둔다기보다 바둑을 그저 즐긴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는 

깊은 이치를 언제 깨우친 것일까

 

흔들림 없이 멈출 줄 아니

있어 할 곳에 바르게 정하여 있고

고요하여 안정되게 생각할 수 있으니

대국을 할 때마다 이기는 즐거움을 얻는다* 

 

이런 경지에 오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머리 쥐어뜯는 고통을 이겨내는 게 필요했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열 살 때

서울로 이사한 뒤 유창혁 도장에서 바둑을 배워

열네 살 때 프로에 입단하고부터 기록제조에 나섰다 

 

▲   2016년에 월간 '바둑' 펴지에 실린 최 정도, 2021년의 최 정도, 항상 소녀 티를 벗어나지 않는다.    © 운영자

 

2년 뒤인 2012년 여류명인전에서 우승했고

4년 뒤인 2016년 위즈잉을 제치고 세계1위에 올랐으며

그해 4월, LG배 통합예선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조혜연 위즈잉 셰이민 후지사와리나 왕천싱 오유진 등이

도전했으나 여기사로는 최정이 유일하게 예선을 통과했다

 

1년 뒤 궁륭산병성배에서 우승해 8단으로 올랐고

1년 뒤 하림배 여자국수전에서 우승해 9단이 되었다   

여자 기사 중 가장 어린 스물한 살에 

입단 뒤 가장 짧은 7년8개월 만에 

여자 기사 중에서는 세 번째였다

 

여자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림배 여자국수전에서 내리 4년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제지 한국기성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국내 여자개인전 결승에서 12연승을 기록하며

김채영 이슬아 오유진 김혜민에게 눈물을 안겼다 

 

신축년에도 그의 바둑 즐기기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월21일 저녁 6시 반,

1.21사태가 있은 지 53년째 되던 날

그는 참선하듯 지긋이 혼자 앉아있었다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경기장에서 상대를 기다리며

 

▲   바둑을 좋아하기 보다 즐기는 최정, 꼭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는 건 아니지만, 승부가 바둑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터득하고 여유가.....© 운영자

 

초침이 쉴 새 없이 흐르고 

분침도 열 번이나 자리를 바꿔 

혹시나 하는 기대가 높아지려는 때

이동훈 9단이 허겁지겁 들어왔다 

 

최정은 흔들림 없이 바둑에만 집중해 

1시간 2분, 141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랭킹 27위가 6위를 보기 좋게 꺾고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빨리 왔으면 했어요”라고… 

 

이변이라면 이변이었을 일은 

2015년에 6위였던 나현 9단을 이기면서 시작됐다

신의 경지인 9단 32명만이 겨루는 맥심커피배에서

고근태 나현 9단을 잇따라 이기고 8강에 올랐다

박정환 9단에게 덜미를 잡혀 4강은 좌절됐으나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꿈은 차츰 이뤄지고 있다 

 

2월19일, 5년 만에 부활된 44기 명인전 본선 

16강 개막전에서 고근태 9단을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변상일 9단에게 일격을 당해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    하도 우승컵을 많이 받아, 몇 개 대회에서 우승했는지...다시 계산해 봐야 알만큼 많이 이겼지만, 아직도..... © 운영자

 

3월13일엔 지고서도 기분이 좋았다…

바둑 팬들과 팀을 이뤄 신진서 집단지성팀과 겨룬 

페어대국에서 277수만에 불계로 패배했지만 

내내 채팅창을 보면서 밝은 웃음을 선사했다

함께 바둑을 두면서 같이 즐기는 것이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는 듯이 

 

3월22일엔 올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제대회인

센코컵 월드바둑여류최강전에서 첫 우승을 다툰다** 

1회 때는 4강에서, 2회 때는 결승에서 중국의 

위즈잉에게 발목을 잡혔으나 코로나로 1년 쉬고

올해는 반드시 설욕하고 우승할 것으로 믿는다

2019년 2월까지 11승17패로 유일하게 약했던 

위즈잉에게 그때부터 내리 6연승을 거머쥐어

17승17패로 균형을 맞춘 뒤 앞서 나갈 일이다

 

공은 둥글어 

이기고 지는 것은 경기가 끝나봐야 안다

바둑판은 정사각형이고

가로 열아홉, 세로 열아홉으로 

한 가운데 천원(天元)을 빼고 360점인 인생이다

 

사는 데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듯

바둑판에서 남자와 여자를 나누는 것은 

깨어 없애야 할 구시대 유물,

최정이 바둑판에서 남자와 여자의 벽을 낮추며

남녀평등을 실현시키고 있다 

 

▲   그의  미소는, 누구 앞에서든  변함 없이 빛난다.  바둑에 몰두한 승부의 순간 빼고는 공사간의 어떤 모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최정의 미소는....[사진=연합뉴스=여원뉴스 특약] © 운영자

 

* 『대학(大學)』 첫머리에 나오는 “知止以後有定 定以後能靜 靜以後能安 安以後能慮 慮以後能得(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을 인용.

** 일본이 주최하는 센코컵 월드바둑여류최강전은 일본 5명, 한중대만에서 각각 1명씩 초청해 8명이 겨룬다. 2018년에 처음 생겨 2019년 2회를 치룬 뒤 2020년은 코로나19로 취소했다가 올해는 온라인 대국으로 진행된다. 상금도 우승은 1000만엔에서 500만엔으로, 준우승은 300만엔에서 150만엔, 3위는 200만엔에서 100만엔, 4위는 100만엔에서 50만엔으로 8강전에서 진 사람은 10만엔을 받는다. 22일 오전 11시에 8강전, 23일에 4강전, 25일에 3.4위전과 결승전이 열린다.  

*** 최정(崔精, 1996. 10. 7~): 7살 때 아버지를 통해 바둑을 시작했다. 초등학생 바둑대회를 평정하고 유창혁 9단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 뒤 한국기원 연구생이 되었다가 14세인 2010년에 입단했다. 2016년 4월, LG배 통합예선에 여자로선 유일하게 통과했다. 

2018년 1월23일 여자국수전에서 우승해 9단이 되었다. 박지은(2008) 조혜연(2010)에 이어 세 번째였다. 그해 9월, 삼성화재배 32강 본선에서 중국의 스웨와 타오신란을 꺾고 16강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롄샤오에게 져 8강 진출이 좌절됐다. 2020년 여자 국수전에서 4연패, 여자 기성전 3연패를 달성했다.

 

▲    필자 홍찬선은 항상 바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글을, 매일 쓰는 작가인데다가,  반드시 현장을 답사해서 글을 쓰는 기자정신이 그로 하여금 방방곡곡을 누비게....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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