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詩來

모차르트도 깜짝 놀란 피아노협주곡 21번의 손열음 <한국여성詩來>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연다. 우리는 모르고 있어도 미래는 벌써 알고 있는...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6/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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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20> 

모차르트도 깜짝 놀란 피아노협주곡 21번의 손열음

‘예술가의 자랑스러운 어머니상’도 안겨

 

▲  ▲ 지난 해 3월, MBC-TV '놀면 뭐하니'에 깜짝 출연, 모자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연주하는 손열음...   © 운영자



모차르트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늘나라로 일찍 소풍 떠나 더 좋은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을 모차르트도

지구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보다 더 잘 

연주하는 피아노협주곡 21번에

넋 놓고 빠져들었을 것이다

 

2011년 6월,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음악학교  

발쇼이 짤, 대극장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손열음의 손가락은 훨훨 날아

모차르트에까지 닿았을 것이다

 

큰 무대에 가면 

경험이 많은 사람도 떨리게 마련,

스물다섯의 손열음도 긴장했을까

문이 열리고 박수를 받으며 걷는 동안

걸음은 조금 빨랐고 자리에 앉으며 

약간은 불안한 미소가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안정제였다

잔잔하게 음악이 흐르는 동안 

마음을 가다듬으며 손가락을 풀었다

미소, 

1악장이 끝나고 환하게 핀

미소는 이제 됐다는 안도와 함께 

자신감이 준 여유였다

 

▲     © 운영자

 

봄날 꽃이 피려고 기지개를 켜는 순간,

그걸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눈동자인 듯

그걸 시샘하듯 한 방울 떨어지는 이슬인 듯

꿈결에 문득 들린 첫사랑 숨결인 듯

  

손은 건반에서

눈은 꿈결에서

마음은 하늘에서

새가 되어 날았다

 

러시아 사람이 아니어서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을 받았다

해외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순 국산이 거둔 쾌거였다

 

‘열매를 맺음’이라는 뜻으로

열음이라 이름 지어준 엄마의 

소리 없는 눈물이 느껴졌다

 

▲     © 운영자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

초등학교 때 원주에서 서울까지 

오고가며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오로지

건방에만 몸과 마음을 쏟았던 시간,

 

외로움은 건반으로 달랬고

어려움은 모차르트와 대화하며 이겨냈고

막연함은 엄마의 따듯한 손길로 견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성스럽게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하면,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 아니라 

일 년이 아니라 십년이 아니라 

이십년을 계속하니 세계의 벽이 낮아졌다

 

나의 고생은 행복 바이러스,

내가 고생하면 내가 좋고

내가 고생하면 부모의 웃음꽃이 피고

내가 고생하면 고향 사람들이 으쓱하고

내가 고생하면 내 나라 사람들이 밝아졌다

 

▲     © 운영자


피아노 연주로만 끝나지 않았다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을 정겹게 하고

‘놀면 뭐 하니’에 출연해

터키행진곡 즉흥 연주로 사랑을 전했다

 

문화력을 높이는데 밀알이 되기 위해

21세기는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튼실한 주춧돌이 되기 위해…

  

▲     © 운영자

 

*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러시아의 대표적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1840~1893)를 기리기 위해 1958년에 처음 개최돼 4년마다 열린다. 성악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4부문으로 열린다. 한국 음악가로는 피아노에서 정명훈(1974년 3위) 백혜선(1994년 3위) 임동민(2005년 5위) 조정진(2011년 3위) 등이, 바이올린에서 윤소영(2007년 4위) 신지아(2007년 5위) 이지혜(2011년 3위) 김동현(2019년 3위) 등이, 성악에서 최현수(1990년 남자 1위) 박종민(2011년 남자 1위) 서선영(2011년 여자 1위) 김기훈(2019년 남자 2위) 등이 수상했다. 

 

** 손열음(孫烈音, 1986. 5. 2~); ‘열음’은 ‘열매를 맺음’을 줄인 말로 국어교사인 어머니가 지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출생.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97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 입상. 이듬해 ‘금호영재콘서트’ 첫 주자로 발탁됐다. 1999년 오벌렌 국제콩쿠르, 2000년 애틀링엔 국제콩쿠르, 2002년 베르첼리 비오티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동아일보의 ‘한국을 빛낼 100인’에 3년 연속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뉴욕필하모니 NHK심포니 서울시향 마린스키극장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32세)에 제62회 페루치오 부조니 국제피아노콩쿠르 예선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30대 동양인 여성’을 선임한 첫 사례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한 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으며, 고향인 원주시와 예술의전당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   서울의 유서 깊은 곳을 취재히던 어느 날...옛 서울 문리대 근처 학림다방에서....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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