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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詩來

입자물리학 ‘충돌의 여왕’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 교수<한국여성詩來>

까도 까도 끝이 없을 우주의 비밀. 그 비밀 캐기에 도전한 한국 여성 김영기. 그가 이끌 21세기 과학....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8/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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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28> 

입자물리학 ‘충돌의 여왕’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 교수

국제 입자물리실험단체 첫 여성 대표

 

▲     © 운영자

 

그의 별명은 충돌의 여왕이다

동서남북과 전후좌우를 알지 못하고 

이리저리 마구 부딪치는 좌충우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가속기로 

속도를 높여 엄청난 힘으로 부딪치게 하는

이로운 충돌, 아름다운 부딪침을 일으키는

우아한 충돌로 우주의 비밀을 캐는 여왕이다 

 

그는 양파 껍질을 까는 명수다

한 겹 한 겹 벗겨 양파의 속을 알아가듯

원자 껍질을 수없이 되풀이해 벗긴다

톰슨이 19세기 말에 전자를 발견한 이후

원자 핵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 

날마다 달마다 삼십년 넘게 

양파 껍질 까기를 계속하고 있다

 

양파 까기에는 끝이 있지만

원자 껍질 까기는 언제 끝날지

과연 끝이 있기는 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는

아이들 바지 저고리 만들어 주던

정성스러운 바늘땀보다 더 세심한

마음으로 껍질을 까고 들여다본다

 

▲     © 운영자

 

보였다, 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는 

신이 만들어 놓은 그 신비로운 세계가

주사위 놀이 하지 않는 오묘한 질서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여성이

금녀의 성으로 여겨지며

용어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던 물리학,

 

그 물리학 가운데서도 가장 어렵고

물질의 창조과정을 밝히는 최첨단 입자물리학에서 

당당히 선두그룹을 자지해

여성은 수학과 논리에 약하다는 

선입견을 깨 버리는 멋진 대한인, 

 

UC버클리대에서 의대생 310명 앞에서 

강의를 시작하니 교수는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키가 작아 칠판의 절반 밖에

사용할 수 없었을 정도로* 

 

 

▲     © 운영자

 

동양인 여성으로 활동하며 겪었을 어려움은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안 좋은 것은 금세 잊고 

앞을 향해 나아가며 나를 돕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과 함께 이겨냈다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비밀을 알려면

내가 아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고

남이 아는 것의 협력을 받아야 하듯

여성과 남성, 동양인과 서양인을 나누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다른 것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할 때

원자 껍질 까기는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견주며 토론하면서

까마득한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며

진득진득하게 연구하면 간절히 원하던 것이 

뜻하지 않은 순간에 문득 찾아오는

짜릿함에 행복을 쌓아 가며

 

연꽃이 진흙탕에서 피듯이

훌륭한 연구 성과도 피땀을 쏟는 

고통 속에서 나온다는 말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반쯤만 맞을 뿐,

영감을 주는 환경과 행복한 마음가짐이

더 멋진 연구결과를 만든다는** 

가르침을 함께 배우고 서로 나눈다

 

▲     © 운영자

 

사과 과수원을 하는 시골에서 

아들과 딸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주었던 

어머니의 은혜를 이휘소 강주상의 정신으로 이어***

물리학과 건물에 들어설 때

가기 싫은 데 억지로 가는 곳 보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 바꾸는 

큰일을 즐겁게 한다

 

양파를 더 이상 벗길 수 없어

깊숙이 감췄던 비밀을 속속들이 알 수 있듯

원자 껍질 벗기기도 언젠간 끝이 나고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그 사람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   여원뉴스에 <한국여성詩史?> 집필 당시, 취재차 들를 경포호에서  홍찬선작가 (필자 셀카)© 운영자

 

* 이점봉, <김영기 물리학 교수를 만나다>, 『미주중앙일보』, 2016년 6월7일자에서.

** 김영기,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입자물리」, 김성훈 외, 『호암상 수상자 11인의 수상한 생각』(파주: 김영사, 2020), 282쪽. 다른 부분도 김영기 교수의 이 글을 많이 참고했다.

*** 이휘소(1935.1.1.~1977.6.16.) 시카고대 교수는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이론물리학부장을 지낼 정도로 세계 이론물리학을 선도하다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강주상(1941~2017) 고려대 교수는 이휘소 교수에게서 이론물리학을 배운 뒤 귀국해서 김영기 교수를 가르쳤다. 

**** 김영기(1962~); 경북 경산 출생. 고려대 물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90년 미국 로체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로렌스 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과 UC버클리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현재까지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0년에 과학저널 『디스커버』가 뽑은 21세기 세계과학을 이끌 과학자 20명으로 선정됐고, 2005년에 호암과학상을 받았다. 2004년에 물리학에 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미국물리학회 펠로로, 2008년에 시카고 비즈니스의 ‘주목할 여성’에 뽑혔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페르미 국립입자가속기 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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