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34>
동양고전으로 한국정신 되찾는 인문학자 이윤숙
21세기 대한의 동량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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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도 어렴풋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도
내가 가야할 길인지 갸우뚱 했다
지천명(知天命)은 그래도 일찍 다가왔다
하늘이 정한 것은
사람이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을 운명처럼 만났고
그 사람과 숙명처럼 함께 했다
그 사람을 바로 알리기 쉽지 않았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사십은 혹하지 않는
우레가 물을 머금어
얽히고설킨 인연의 싹
술 술 술 풀어낼 때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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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늘, 해와 달,
하늘과 땅의 무늬, 사람과 자연의 모습에서
제 갈 길 저절로 찾아 끊임없이 오고 가는
바로 그 길에서 평생 갈고 닦아야 할
배움의 터와 학문의 이치인 주역을 찾았고
주역으로 하나하나 펼쳐나갔다
천자문을 주역으로 해석하고
논어와 맹자도 주역으로 넓히며
다시 주역의 깊이를 더하려고
시경과 서경과 춘추좌전까지 섭렵한 뒤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 찾기에 나섰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하나의 벽을 넘으면 또 다른 벽이 가로 막고
그 벽을 낮추면 더 높고 단단한 벽이 나타나
이 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싹텄다
그럴 때마다
지혜로운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어진 사람은 걱정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을 새김질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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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렵더라도
지극한 정성은 귀신도 알아
하늘도 감동하게 마련이었다
포항에서 남원에서 세종에서
천리 길이 멀지 않다며
배움 찾아 사람들이 모여들고
여자라고 한 수 접고 보려는
영남 유림의 높은 벽도 낮춰
예천과 군위 안동에서도
행단(杏壇)을 차렸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는
가르침대로 올바른 배움을 나누겠다는 열정이
하루는 한 달을 낳고
한 달은 한 해로 이어지고
한 해는 십년 이십년으로 쌓이면서
머리로만 터득했던 참된 이치가
가슴으로 내려오고 손과 발로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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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열매 맺는 꽃이 없고
눈물에 밥 말아 먹은 사람이 많듯
돌아보면 회한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때로는 소주잔을 부딪치며
때로는 산과 바다를 찾아 울분을 쏟아내며
때로는 책을 쓰기 위며 몸무게를 부쩍 늘리며
강산을 두세 번 바꾸는 동안
하나로 꿰뚫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길이 보였다
과거는 훈련이었고
현재는 실습이며
미래는 훈련과 실습으로 체득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
근본이 흔들리는 데
곁가지만 다스려서는 안된다는
대학의 가르침에 따라
21세기 대한의 동량이 될
인재들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데
오늘도 하루가 토끼꼬리처럼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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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원 이윤숙(家苑 李胤淑, 1959~);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주역(周易)에 정통한 야산 이달(也山 李達, 1889~1958) 선사의 학맥을 이은 (사)동방문화진흥회에서 주역을 배우며 사무국장과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자와 유학경전연구소」 대표. 주역에 근거해 유학경전을 풀이하는 「家苑 유학경전 易解 총서」 강의와 집필을 통해 공자의 원시(原始) 유학사상을 복원하는 데 진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의 내용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연학당 카페>에 소개하고 있다.
저서에 『논어 易解 1, 2, 3』 『왜 주역이고 공자인가』 『휴비담론(休否談論』 『왜 한자이고 유학경전인가』 『맹자 易解』 『시경 강독』 『왜 한문 인문학인가』 『천자문대관 총서5권』 『한국사회 대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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