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38>
버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포퓰리즘 파이터 윤희숙
정치에 도덕옷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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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얻고
죽어야 산다
잃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면
얻는 것은 고사하고 가진 것도 모두 빼앗기며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
오히려 죽음의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버림의 미학을 보여주고
죽음에서 삶으로 뛰어오르는 역설을 실천한다
눈처럼 새하얀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며
힘들게 얻은 국회의원 자리를
스스로 깨끗하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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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에 정치는 없고
권력유지를 위한 정치기술만 있을 뿐이며
앙상한 이념으로 국민의 삶을 망치는
탈레반에게서 권력을 되찾아오겠다**
고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던
포부도 50여일 만에 접었다
부친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세종시에 논 3000평을 산 것이
농지법 위반이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오자
머뭇거리지도 우물쭈물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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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세종에 있던 집을 팔았다
홍릉에 있던 KDI가 세종으로 이전한 뒤
정부 받침대로 세종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다주택자를 삐딱하게 보는 오해를 막기 위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끌어대면서 끝까지
팔지 않고 버티다 망신당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위선자들을 채찍질하기 위해서
5년 전에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그만두었다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최저임금 결정이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잘못된 것은 말싸움이 아니라
올바른 근거를 바르게 찾아서
상대가 억지로 뒤틀어 놓은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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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30일, 국회본회의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짧은 5분 연설로
거북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채***
임차인들을 위한다며 휘두른 다수의 폭력이
몰고 올 후폭풍을 조목조목 따져
넓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배너지와 듀플로의 말을 인용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자
가난한 나라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으나
선진국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기본소득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는
배너지-듀플로 저서를 꼭 집어 바로잡았다
대선출마의 뜻을 접고
국회의원 직마저 스스로 버렸지만
새로운 정치의 꿈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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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으로 땅바닥까지 떨어진
정치에 도덕의 옷을 말끔히 입힌
맑은 양심이
시대의 탁류에 문득 휩쓸렸으되
썩은 연못에서 아름답게 피는
연꽃으로 돌아와
잘못된 정치에 고통 받고 절망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죽어야 살고
버려야 얻는다는 진리를
함께 즐거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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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숙 전 의원이 2021년 8월26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 2021년 7월2일, 20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내용.
*** 미국의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대학1학년 지질학 시간에 계곡으로 현지답사 갔을 때 아스팔트를 힘겹게 기어가는 거북을 보고, 고생하는 것이 불쌍해 30cm 되는 거북을 번쩍 들어 강물에 밀어 넣었다. 이를 본 인솔교수가 깜짝 놀라 “알을 낳으려고 뭍에 올라왔는데 물에 밀어 넣었으니 몇 달을 더 기다려야 알을 낳겠군…”이라고 말했다. 스타이넘은 그 뒤부터 늘 “거북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고 한다. 홍찬선, <밤비 신드롬과 임대차3법의 역효과>, 『20대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 (서울: 공감의 힘, 2021), 272쪽.
**** 배너지-듀플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서울: 생각의 힘, 2020), 503~516쪽.
***** 윤희숙(尹喜淑, 1970. 2. 7~); 서울에서 1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나 정신여중과 영동여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KDI에 근무하며 재정복지정책연구부 부장으로 승진, 여자 박사 가운데 부장까지 승진한 몇 안 되는 사례를 만들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 갑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0년 7월말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 시간에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연설로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3법을 비판해 많은 공감을 받았다. 2020년 12월, 국회무제한 토론에서 12시간47분 동안 반대토론,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긴 필리버스터 기록을 남겼다. ‘2020 하반기 자랑스러운 서울대 동문상’ 투표에서 31.76%(672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2021년 7월, 앙상한 이념으로 국민의 삶을 망치는 탈레반에게서 권력을 되찾겠다며 20대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부친 관련 부동산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8월26일 대헌후보직과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9월13일 국회본회의 표결에서 사퇴안이 찬성 188, 반대 23, 기권 12로 통과돼 의원직을 잃었다. 2021년 10월,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1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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