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여, 남편은 오늘도 사표를 쓰고 싶다
아내를 이렇게 사랑하라
남편의 고독, 남편의 방황, 남편의 한(恨)은...
[yeowonnews.com=김재원 기자] 퇴근 길의 대포집은 초만원이다.
비싸든 싸든, 그 술집의 테이블에서만 직장인은 자유다. 그때 그는 잊어버리고 싶은 모든 것 때문에 술을 마신다는 목적을 빈틈없이 완성한다.
아내여, 그 시간 얼마나 우리는 남편을 원망하면서, 한쪽으로는 갖은 억측을 다 하면서 ‘들어오기만 해봐라’를 연발하며 시간을 입속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던가?
그렇다.
우리는 결코 남편이 왜 술 먹는가를, 그 잦은 음주의 이유를 생각하려 들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그러한 그를 이해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가 싫었다.
그는 왜 마시는가.
그는 왜 취하는가.
그는 왜 집으로 직행하지 못하고 방앗간 앞을 지나가는 참새처럼 어디를 들러서 오는가.
거기에 남편의 고독, 남편의 방황, 남편의 한(恨)이 있다. 적어도 그가 직장인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남편이 얼마나 어렵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주어야 한다.
조직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어차피 개인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조직을 떠나서라도 개인과 개인간의 마찰이나 갈등 역시 집에 있는 우리가 생각하기 보다는 엄청나게 심각하다.
남편에게 상사(上司)에 대해서 말하라고 해보아라. 대부분 상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즉 상사가 마음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남편들의 입장이다.
그 상사와 뜻이 맞지 않을 때 남편의 방황은 살인적이 된다. 상사를 잘못 만난 남편들은 인생의 모든 것이 싫어진다.
‘상사를 잘못 만난다는 것은 아내를 잘못 만난 것보다 더 불행하다.’
심지어 이렇게 말하는 직장인도 있다.
일에 시달리고, 좀 더 높이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를 요구하는 조직의 논리에 시달리고, 그보다는 더 많이 인간관계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친 채 귀가하는 그의 얼굴에서, 아내여,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내일 아침엔 사표를 쓰고 싶어하는 결의를 찾아 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편이 집에 귀가한 후 30분 동안은 괴롭히지 말고 짜증부리지 말아야 한다. 그 30분 동안을 남편의 기분 탐색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타이를 말이 있어도 그것은 그 다음의 얘기다.
매일 사표를 쓰고 싶어하며 귀가하는 남편에게, 그 아내마저도 위안과 휴식을 주지 않는다면 그는 그것을 찾아 다른 데로 갈지도 모른다.
‘집에서마저도 나는 위안을 찾을 수가 없구나’를 알아차릴 때 그는 ‘홍의 69번’을 찾아가고 싶거나 자살을 하고 싶게 될지도 모른다.
아내여, 남편은 오늘도 사표가 쓰고 싶다. 그런데도 그가 성취 안된 야심과 끊임없는 좌절 속에서도 참는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때문임을 알아 다오.
그래서 그가 피곤한 얼굴로 귀가하는 날이면, 달려들어 그의 목에도 매달려 주고 잘근잘근 그의 입술과 젖도 먹어 주면 어떤가? 그 아내의 입술에서 사표 쓸 생각을 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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