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詩來

김수녕에서 장혜진으로 이어진 신궁 계보, 안산<한국여성詩來 26>

안산...그의 꿈이 마침내 명중했다. 코로나19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환호했고, 세계 양궁사에 그 이름을. ..

홍찬선 | 기사입력 2021/07/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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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이 쓰는 <한국여성詩來 26>

김수녕에서 장혜진으로 이어진 신궁 계보, 안산

 올림픽 첫 3관왕의 새로운 기록

 

▲     © 운영자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고 

스타는 새롭게 탄생하게 돼 있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학연 연줄 전관예우를 차단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올림픽대표를 뽑는

한국양궁협회의 철저한 ‘삼무유실’ 원칙이*

도쿄올림픽에서 ‘막내의 승리’와 

여자 단체전 9연패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안산과 김제덕은 첫 세트를 내주고도

전혀 기죽지도, 당황하지도 않으며

자신들의 실력을 믿어 5대3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우리의 추락을 10점으로 막았고

상대의 희망을 9점으로 쐐기 박았다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름을 산으로 지은 심모원려(深謀遠慮),

산보다 더 믿음직한 모습으로**** 

한 발 한 발 시위를 당겼다

 

▲     © 운영자

 

내가 흔들릴 때는 동생이 잡아주고

동생이 불안할 때는 내가 언덕이 되었다

나는 산처럼 조용히 혼잣말로 긴장을 이기고

동생은 물처럼 끊임없는 파이팅으로 두려움을 풀어

사상 첫 남녀혼성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배달민족은

바로 다음 날 안산과 강채영 장민희가 

여자 단체전에서 또 금메달을 따

신궁의 나라임을 뿌듯하게 즐겼다

 

시작은 아주 자그마하게 시작됐다

광주 문산초등학교 3학년 때 

남자만 있는 양궁부에 찾아가 

당차게 활을 쏘고 싶다고 했고

그의 끼를 알아본 노슬기 코치는

눈앞의 무한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기초훈련에 집중하도록 틈을 마련해 주었다

 

늦게 시작했다고 

당장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초조해 하지도 않고 닦달하지도 않은 

올바른 판단은 5년 뒤부터 멋진 열매를 맺었다

 

▲     © 운영자

 

무슨 일이 있어도 푹 잠드는 단잠과

집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내는 것이

큰 경기할 때 사선(射線)에서 

긴장을 늦추고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두둑한 배짱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막내임에도 

첫날 랭킹라운드에서 680점으로

참가 선수 64명 중 1위이자

올림픽기록을 25년만에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양궁남녀혼성팀에서 첫 금메달을 딴

안산과 김제덕은 과녁 중심에 

사인을 넣어 영구히 보존되는

보너스까지 챙겼다

 

올림픽 2관왕은 시작일 뿐이었다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을 차지하는  목표 달성의 드라마가

인류의 눈 앞에서 완성됐다.

 

안산에 아직 안 가봤다고 

너스레를 떠는 스무 살 젊은이는

김수녕에서 장혜진으로 이어진

태극낭자의 신궁 계보를 

확실하고도 길게 이어가기 시작했다

 

▲     © 운영자

 

* 삼무유실(三無唯實); 한국 체육계의 고질인 학연 연줄 전관예우가 없고 오로지 실력이라는 뜻으로 필자가 만들었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삼무유실’ 원칙이 지켜져야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우뚝 솟을 것이다. 

** 안산과 김제덕은 7월23일 열린 개인 랭킹라운드에서 각각 688점과 680점으로 남녀 1위를 차지했다. 양궁협회는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남녀혼성전에 ‘경험과 경륜’이 많은 선배들 대신 최고 기량을 보인 막내들을 내보내 사상 첫 혼성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여자 단체전 9연패를 기록했다. 안산은 여자 개인전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사냥했고, 사상 첫 하계 올림픽 3관왕의 꿈을 실현했다.

*** 안산-김제덕은 네덜란드의 스테버 베이르-가브렐라 슬루서르에 맞서 첫 세트를 35-38로 내 준 뒤 37-36 36-33 39-39로 5-3 역전승했다. 한 세트에 남자 2발 여자 2발씩 쏘아 이기면 2점 무승부면 1점을 따, 5점을 먼저 얻는 팀이 승리한다. 

**** 안산이란 이름은 언니 안솔, 동생 안결과 합쳐 ‘소나무 산의 바람결’이라는 뜻이다. 

 

***** 안산(安山, 2001. 2. 27~); 광주광역시 문흥동에서 태어났다. 문산초 3학년 때 호기심으로 활을 잡고 쏜 화살이 10점 과녁에 맞았을 때 짜릿함으로 양국에 빠져들었다. 

광주체육중,고를 졸업하고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다. 고2 때인 2018년에 양궁 여자국가대표팀에 선발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중3학년 때인 2016년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양궁대회 여자 중등부에서 30m 40m 50m 60m 개인종합 단체전 6종목 전관왕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사상 처음으로 세웠다.   

고등학교 때 멍 때리고 앉아있는 일이 많아 선생님이 ‘멍산’이란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취미는 그림그리기. 170cm로 큰 키와 뛰어난 바람 궤도 계산 및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산처럼 강한 정신력이 강점이다. 

 

▲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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