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계 美앵커“새해 만둣국 먹었다” 한마디에 인종차별 당했다

김영미기자 | 기사입력 2022/01/0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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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둣국 얘긴 혼자해" 한국계 美앵커에 인종차별…그리고 반전

소셜미디어 공개에 응원 답지…"선한 사람들 많구나…오히려 선물"

 

[yeowonnews.com=김영미기자] 한국계 미국인 앵커가 방송에서 "새해 음식으로 만둣국을 먹었다"고 말했다가 시청자에게서 인종차별적 폭언을 듣는 일이 일어났다. 다행히도 이 사건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피해 앵커에게 따뜻한 응원이 쏟아졌다.

 

사건의 발단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NBC 산하 방송국의 뉴스 방송이었다.

 

▲ '한국적인 건 혼자서나 해'[미국 한 지역방송국 앵커에게 전해진 시청자의 인종차별 메시지. KSDK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운영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20년 경력의 한국계 미셸 리 앵커가 미 남부의 새해 음식인 채소·검은눈콩·옥수수빵·돼지고기 등의 의미를 설명하고는 "저는 만둣국 먹었어요. 한국사람들이 새해에 많이들 먹거든요"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화면이 전환될 때 빈 '오디오'를 채워주는 자연스러운 한 마디였다. 리 앵커는 백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계다. 그런데 한 시청자가 같은 날 방송국에 보낸 음성메시지에서 리 앵커를 향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완전 아시아인스러웠다(very Asian). 한국적인 것은 혼자서나 하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시청자는 약 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리 앵커의 말에 기분이 나빴다. 만약에 백인 앵커가 '우린 새해에 이런 걸 먹는다'고 하면 어땠겠나"라고도 따졌다.

 

리 앵커는 소셜미디어에 이 음성메시지를 직접 듣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이 영상에 인터넷이 화답했다.

 

동료 언론인이나 일반 이용자뿐 아니라, 작가, 정치인 등이 리 앵커를 위로하고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응원하는 글을 쏟아냈다. 응원 글에는 '#완전아시아인'(#VeryAsian)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가 만둣국을 먹어서 열받는다고? 아시아인은 새해 두 번 챙긴다고 하면 뭐라고 하려나"라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2022년엔 매일 #완전아시아인스럽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미국 보스턴 최초의 아시아계 시장이자, 최초의 여성 시장인 대만계 미셸 우 시장도 리 앵커의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면서 "나도 만둣국 먹었다! #완전아시아인스러워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리 앵커는 3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익명의 전화 목소리가 인종차별적이고 혐오를 드러낸다 해도 나는 감당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그 전화가 선물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선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는 "내가 이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진심 어린 대화를 하고 싶다. 같이 만둣국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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