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이 호구? 여성만 잡아끌고, 물건뺏는 호객 행위 극성

여성을 호구로 아는 호객행위. 여성을 잘 모시는 서비스 정신으로 바뀌어야 선진국 된다

윤영미기자 | 기사입력 2019/01/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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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 뺏고 잡아끌고'…번화가 호객꾼은 왜 여자에게만?

"클럽 안 가실래요?", "그냥 연행해, 연행"

 


금요일이던 지난 11일 밤 11시 서울 홍익대 부근 거리는 클럽에서 나온 호객꾼으로 가득했다. '놀다 가라'며 클럽 입장을 권유하더니 대답할 틈도 없이 팔 안으로 손을 쑥 들이밀었다.

 

연합뉴스 기자의 체험기가 눈길을 끈다. 남성 호객꾼은 당황해하는 기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취재에 동행한 기자 일행이 다급하게 "잠깐만, 잠깐만!"하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붙잡힌 상태에서 클럽 입구의 입장 대기 줄까지 끌려간 뒤에야 두 팔은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기자가 뿌리치고 줄에서 이탈하려 하자 남성 호객꾼은 "얼씨구?"라며 비아냥 섞인 말을 던졌다.

 

▲     © 운영자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다른 클럽 호객꾼에게 또 붙들렸다. 그는 기자의 목도리를 낚아채 자신의 목에 감으며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목도리를 돌려 달라고 말했지만 '일단 들어오라'는 말을 반복할 뿐. 몇 분간 실랑이가 이어졌다. 목도리를 받기 위해 손을 뻗자 그는 "알겠어, 알겠어"라더니 양해도 구하지 않고 대뜸 기자의 목에 목도리를 둘렀다. 황급히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자 "갈 거면 (다시 돌아올 거라는 증표로) 목도리를 주고 가라"며 쫓아오기까지 했다.

 

번화가에서 이뤄지는 호객 행위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 행인을 상대로 한 남성 호객꾼들의 호객 행위가 최근 도를 넘을 정도로 거칠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방적으로 팔을 잡아끄는 등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을 상대로 완력을 동원한 호객 행위가 아무 제재 없이 이뤄지면서 많은 여성이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민청원·국민신문고에 '여성을 겨냥한 호객 행위를 단속해달라'는 요청이 종종 올라올 정도. 하지만 기자가 홍대 앞에서 경험한 것처럼 여성 행인을 상대로 한 거친 호객 행위는 여전했다.

 

 휴대전화 매장 모인 거리에서도 비슷한 일 빈번


여성이 거친 호객 행위의 타깃이 되는 것은 비단 밤거리뿐만이 아니다. 휴대전화 대리점이 즐비한 곳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


번화가에 인접한 A여대에 재학 중인 권서현(24)씨는 "혼자 길을 걷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나온 호객꾼에게 휴대전화를 뺏긴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당황한 권씨는 휴대전화를 돌려받기 위해 매장으로 따라 들어갔지만, 호객꾼은 "비밀번호를 풀 때까지 핸드폰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씨는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니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  휴대전화 매장 모인 거리에서도 비슷한 일 빈번    © 운영자

 

같은 학교 이미희(24)씨는 "거절을 하는데도 호객꾼이 손목을 잡고 끌고 간 적 있다"며 "겨우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무서운 마음이 들어 그 길로 잘 안 다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권씨와 이씨는 "학교 앞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대체로 '혼자 걸어가는 여성'이 표적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해 초 통학로에서 이뤄지는 과도한 호객 행위에 대한 재학생의 불만이 거세지자 A여대 측은 여학생을 강제로 붙잡으며 영업을 하는 휴대전화 매장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호객꾼 "상대적으로 저항 약해 타깃으로 삼기 편하다"


여성 행인을 붙잡는 이유를 묻자 홍대 부근 클럽에서 일하는 호객꾼 C씨와 D씨는 "남성 손님은 알아서 들어오지만 여성 손님은 자발적으로 오게 하기가 힘들다"며 "여성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는 게 결국 우리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대 유흥가에서는 '여성 11시까지 무료입장', '여성 손님 칵테일 무료'처럼 여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7년 동안 휴대전화 매장에서 근무한 E씨는 "대리점에서 아침마다 실적 조회를 하는데 '확률적으로 여성이 꼬드기기 쉬우니 여성이 지나가면 일단 들어오게 해서 앉혀라'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은 거절을 잘 못 한다는 선입견이 있어 쉽게 타깃으로 삼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강제추행으로 이어져도 "호객꾼은 유죄, 영업점은 무죄"


호객 행위는 경범죄 처벌 대상으로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즉결심판에 회부될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에는 '죄를 짓게 하거나 도와준 사람'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어서 호객꾼과 영업점이 동시에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행인이 강제추행으로 신고해도 행위 당사자인 호객꾼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영업점은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형법에는 행위자 외에 업무 주체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강제추행으로 이어지면 호객꾼이 책임을 모두 떠안는 셈. 고용주가 지시했다고 해서 도 넘은 호객을 하다가는 호객꾼만 뒤집어쓰게 된다는 뜻이다.


성추행에 가까운 호객 행위의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경찰이나 관할 지자체가 성추행 방지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직장 내 성희롱도 과거에는 장난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랫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과 캠페인을 벌인 결과 이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성추행에 가까운 호객 행위도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호객 행위를 일삼는 개인과 업체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있다. 'seu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포털 사이트 댓글 창에 "길 가는 여성의 손을 잡고 껴안는 호객꾼은 강제추행으로 처벌하고 업주까지 벌을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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