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元시대

"바다가 선물한 청춘"…송정 맏언니 68세 은발의 서퍼

윤영미기자 | 기사입력 2022/09/25 [22: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바다가 선물한 청춘"…송정 맏언니 68세 은발의 서퍼

해외여행 중 서핑 즐기는 노인보고 가슴 뛰어 입문

체력관리로 하루 8시간 서핑도…"또래 서퍼들 많아졌으면"

 

[yeowonnews.com=윤영미기자] 청춘들의 서핑 메카 부산 송정해수욕장에는 흰머리를 휘날리며 파도를 가르는 서퍼가 있다. 주인공은 양영숙(68)씨.

 

그는 20~30대들로 붐비는 라인업(바다 위 파도를 기다리는 곳)에서 '송정 맏언니'로 불린다. 수준급 실력으로 파도를 잡아서 타는 모습은 30~40살 어린 서퍼들을 놀라게 한다.

 

▲ 양영숙씨가 서퍼들의 인사법인 샤카(SHAKA)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운영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9년도 4월 서핑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순수 동호인이다. 그는 호주를 여행하다 우연히 백발의 할머니가 파도를 가르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1남 1녀를 출가시키고 손주까지 키워낸 뒤 가슴 뛰게 만들던 서핑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체력은 자신 있었지만,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호주에서는 서핑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스포츠지만 아직 국내 서핑은 청춘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 쉽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 파도를 가르는 68세 서퍼 양영숙씨[양영숙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운영자

 

양씨는 20차례 넘게 송정 해수욕장을 찾아 서핑숍을 기웃거리기만 했을 뿐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서핑에 입문한 그는 그길로 서핑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서핑을 위해 하루 한 시간씩 운동으로 유연성과 코어 근력을 강화하며 기초 체력을 기르고 1년 만에 16㎏을 감량했다.

 

▲ 젊음의 비결이 '서핑'이라고 말하는 양영숙씨     © 운영자


일주일에 3~4번 파도가 있는 날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송정해수욕장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서핑에 입문한 이후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 체력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양씨는 "지난해 파도가 너무 좋은 날 하루 8시간 30분 서핑을 즐긴 적도 있다"며 "힘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지만 서핑은 힘을 빼야 더 잘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체력관리만 하면 60~70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는 서핑이 주는 매력을 '에너지'와 '힐링'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양씨는 "이 나이에 서핑을 안 했으면 뭐를 했을까 생각해본다"며 "손주를 봐주든가 등산이나 노래 교실을 가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텐데 서핑을 하고 나서부터 인생이 에너지 넘치고 건강해지면서 특별해졌다"고 한다.

 

▲ 서핑의 매력은 자연이 주는 '힐링'이라고 말하는 양영숙씨     © 운영자

 

또 "파도를 타는 짜릿함도 좋지만, 서핑은 자연(바다)을 즐긴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면서 "파도가 없어 못 타도 바다 위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른 매력을 주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순간 힐링이 되고 마음을 정화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처럼 서핑을 즐기는 또래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양씨는 "서핑은 아직 젊은 사람들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언젠가는 넓은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 수 있는 서핑이 좀 더 대중화해 라인업에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윤영미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eowon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