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수의 먹걸이 인문학

한국의 민주화는 팬데믹 부엌에서 시작된다<서형수의 먹거리 인문학>

남편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은 하느님도 칭찬할 것이다. 거기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루어져...

서형수 | 기사입력 2021/05/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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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평론가 서형수의 먹거리 인문학 

한국의 진짜 민주화는 팬데믹 부엌에서 시작된다

하느님이 대한민국에 가장 원하는 것은....

 

▲  맛을  찾아 세계를 누빈다.  모스카바 대학 캠퍼스에서 주먹 불끈  각오를 다지 는데....© 운영자

               
                    주방의 변화, 남편의 변화, 아내의 변화
팬데믹으로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세상이야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이지만... 사람 또한 펜데믹의 영향으로 많이 변하고 았다. 일상 생활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어쩌다가 백화점 쇼핑을 나가면, 그전보다 더 열심히 명품을 사 모으는 아내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남편들도 있다. 그 남편들 말로는, 아내가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비싼 명품을 겁 안내고 사는 등...이상해졌다는 소리도 조심스럽게 했다.

 

그렇다.
변화는 이미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오면서 우리를 변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먹거리의 변화도 함께 온다. 먹거리의 습관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의 조리방식까지도 변힐 것이다.

 

이런 시대에 남성들이 가정적이 되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그렇게 변하고 있다. 주방이다 하면, 여성만 출입하고, 여성만 일하는 공간으로 여기던 남성들이 자연스럽게 주방에 출입하는 것은, 변화 중에도 큰 변화다. 먹거리를 손수 준비하는 등 남성의 일상이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현대화, 또는 민주화라고 까지 부르는 어느 여기자의 의견도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시대상 가운데 먹거리의 변화가, 남성을 변화시켜 진짜 민주주의, 진짜 선진국을 앞당길 것이라는 그 여기자의 의견에 남성들이 놀라면서 파안대소를 한 일이 있다. 주방의 민주화가 가정의 민주화를 부르고, 그것이 확대되면 나라 전체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리라고....

 

그러니까 여성만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던 사회적 관습도 변하고 있다. 여성학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부부의 협업>이 이제 한국의 가정에서도 실천되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물론 좋은 현상이고, 자녀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남편의 요리솜씨와 아내의 행복과 비만 걱정의 삼각관계

▲   러시아의 알론카 초콜릿 회사의 중역 키스토브(왼쪽)와 박물관의 해설자인 직원(가운데)..이 회사는 모스크바 제1위의 최고 기업... © 운영자


먹거리와 팬데믹의 입장에서 남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우리가 하느님에게, “한국에서 가장 하시고 싶은 일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하느님은 어떤 대답을 주실까, 궁금해 할필요도 없다. 아마도 하느늼은 “한국의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해지기를 가장 소원한다”라고 대답하실 것이다

 

필자가 전세계를 누비며 이런저런 먹거리를 탐구하고, 인문학적 입장에서 먹거리를 검토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하느님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맛있고 영양가 있고 만들기 쉬운 먹거리를 대하면,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부엌일에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들에게 말하고 싶다. 요리솜씨와 상관 없이, 아내의 식탁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관심 있기 바란다. 그런 뜻에서도 필자는 먹거리를 인문학적 차원에서 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인류발전사에 먹거리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사회현상에 따라 먹거리가 변하기도 하지만, 먹거리에 따라 사회햔싱도 변한다는 진리를 팬데믹이, 그리고 주방에 서슴 없이 들어가는 남편들이 증명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역할분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남성이 가사 참여가 오히려 여성의 가치를 실제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성들이 이 나라에서 언제 제대로 평가받았던가?

여성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가정적 지위의 상승이 시작되기도 했지만, 남성들이 아내와 함께 가사노동이라고, 알게 모르게 천시(賤視)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부엌에서부터 변해가는 것을, 거의 눈으로 보듯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민주화는 이제 부엌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어느 앞선 페미니스트의 주장도 정당성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이 아니라도 여성의 지위 상승이 논의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팬데빅 현상이 겹쳐지면서, 여성들의 가정 내의 위상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일부 여성학자의 의견은 옳다.


남성들이 어색하지 않게 주방에 드나들고, 자신이 요리도 직접 하는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를 택해야 한다. 한국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가능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 요리에 취미를 갖게 하는 것이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는 필자의 추천에 교수님들도 이구동성으로 동의하고 찬성, 대찬성이다.

 

남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으로서,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솜씨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되지 않는 메뉴를 들라면, 라면이 최고라는 남성들의 의견은 좀 억지가 섞여 있다.

파스타는 우리나라에만도 수십 종료가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조리하기도 편하다. 소스를 잘 조절해서, 원하는 만큼 넣으면 되고, 힘유된 영양분도 조절할 수 있다. 고기가 많이 들어있는 것도 있고, 그 반대인 파스타도 많다. 해산물이 주재료인 파스타도 있다. 선택의 폭도 넓어 요리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남편들이 접근하기도 쉽다.

 

예를 들어 연어 같은 생선도, 자기가 좋아하는대로 요리할 수 있고 양도 조절할 수 있다. 거기에 개인의 기호에 맞게 얹어서 즐길 수 있는 치즈도 있고 샐러드도 있다. 그야말로 종류와 맛이 무궁무진해서, 요리를 해 본 경험이 전무한 남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로 파스타를 선뜻 권하고 싶다.

 

팬데믹이 체중을 올려주면 어쩌나를 걱정하는 여성 가운데는 남편 탓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요리를 하고 상차림을 해주는 바람에, 식사시간도 길어지고 먹기도 많이 먹게 되었다는 중년 여성들의 불평은 행복한 비명에 속한다.

 

▲   이태리의 산 안드레스 사장의 두 따님과  함께    © 운영자

 

         먹걸이는 인류의 진화와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선 인문학
남편이 마련한 식탁이 이렇게 분위기가 좋을 줄 몰랐다는 어느 중년 여성의 말은, 그냥 흘려들을 농담만은 아니다. 남편들이, 자신의 요리솜씨와 상관 없이, 아내의 식탁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내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관심 있기 바란다.

 

팬데믹 영향, 남편이 주방 참여의 영향으로 인한 여성들의 비만이 걱정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만 먹다가 체중이 늘거나 하는 걱정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지혜로운 식탁을 생각해야 횐다.

고기류는 줄이고 야채류를 많이 섭취한다면 비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심한 경우가 아니랴면, 의사들이 권하는 정도의 운동(주로 걷기 등 쉬운 유산소운동)으로 충분히 해결되리라고 본다. 지혜롭게 양을 조절한다면, 모처럼 시작된 남편의 조리 실력을 음미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즐길만도 하다. 
 
파스타는 그 종류가 수백가지나 된다. 그 가운데 핵심적이라 할만한 것은 10여가지. 소스의 변하에 따라 맛도 달라지지만. 블로나 까르비나 등 소스의 선택도 폭이 넓다. 국수처럼 길게 만들어진 것도 있고, 그 외 방울 형태, 나비 모양도 있고...각가지 형태로 만든 파스타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이탈리아 쪽은 파스타에 육류를 많이 넣는 편이다. 피자나 치즈도 많이 넣는다. 두꺼운 피자도 있고. 지방에 따라 다른데. 남쪽은 토마토를 많이 넣고 북쪽은 치즈를 많이 넣는다. 피자나 파스타나 소스가 맛을 많이 좌우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이라면, 피자 많이 먹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치즈를 좀 줄이고 대신 야채를 많이 넣으면 걱정 안해도 된다.
  

▲  새로운 간편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토플레이크    © 운영자

그간 식품의 역사를 보면 전쟁 때문에 많이 변화하고 진화해 왔다. 전쟁때는 저장식품 등이 많이 발전한다. 식품은 그냥 먹거리로 보는 시각에서,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인문학이 보인다. 식재료나 요리를 그냥 먹거리로 보는 시각은 너무 단세포적이다. 오히려 먹거리는, 그 변화가 전쟁이나 인류의 변화와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선 인문학이다.

 

먹거리는 문명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라야 먹거리에서 인문학이 발견된다. 물론 방송이나 유튜브에서의 먹방이 음식문화를 대중화 시키고 있지만, 음식을 단순히 먹거리로만 취급하는 것은 일차적이다.

 

먹거리의 변천, 먹거리에 함유된 영양분과 그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먹거리가 인문학의 장르가 된다는 점이 발견된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접근해도, 먹거리의 생성 배경이나 지역적 고려사항 등이 오버랩되면서 자연스레 인문학으로 접근하게 됨을 먹거리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은 다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팬데믹도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먹거리가 인간을 결정하고, 시대를 결정하고, 그러다가 역사로 승격(?)한다는 사실에 이르면 먹거리는 자연스레 인문학으로 진입한다. 더구나 팬데믹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의 먹거리는, 굳이 격상시키지 않아도, 선뜻 인문학으로 발돋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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